Q. 르비크가 협업 제의를 했을 때, 베키(Vecchi) 소파를 고르셔서 조금 놀랐어요. 리베오나 롱드같은, 로우백 디자인을 선호하실 줄 알았거든요.
로우백 디자인 소파를 오래 써 본 입장에서, 기능과 착석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베키는 등받이가 적당히 높고, 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어서 오래 앉아 있어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로우백 소파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푹 꺼지지 않고 균형감이 좋은 베키를 선택하게 됐어요. 물론, 스틸 프레임과 솔리테르 레더의 조화가 아름다운 리베오(Riveo)도 첫눈에 반할 만큼 아름다웠는데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입장에선 베키처럼 기능을 충족하는 소파 또한 이토록 예쁘다는 걸 설득력 있게, 저만의 방식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Q. 기존에 선보이시던 공간과는 무드가 조금 달라졌어요. 블랙 컬러 소파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공간은 제게 일종의 캔버스예요.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시기엔 관객을 초대하는 공간이 되고, 제가 꿈꾸는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물을 두고 공간을 그리는 실험을 하는 작업실이기도 해요. 그래서 언제나 ‘여백’이라 생각 하고 유연하게 변화 해야 하는 공간인데요. 소파가 큰 면적을 차지하는 가구이니 만큼 어떤 스타일에도 조화로웠으면 했고, 무엇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제품이길 바랐어요. 그런 면에서 블랙 컬러 가죽 소파가 유용하다고 생각했어요.
Q.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뭘까요?
조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간의 면면에 다른 조명을 두는 편입니다. 그림을 비추는 스포트 라이트, 소파 곁에 두기 좋은 독서용 등, 대화를 이끌어 내는 조명… 각각의 조명엔 기능을 부여해요 . 근데, 사실 기능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런 방식으로 공간을 연출했을 때 구현되는 입체감이에요. 공간을 그림 그리듯 본다면, 조명은 입체감을 만드는 붓 같아요. 조명마다 지닌 빛의 질감이 다르니, 공간에 명과 암이 생기는 결 또한 다르고 그게 공간을 한층 입체적으로 연출한다는 뜻이에요. 각각이 조명이 지닌 캐릭터에 따라 발하는 대비감이 공간에 다채로운 장면을 만듭니다. 오브제 자체로 의미있는 조명도 좋지만 저는 광원으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카리 램프처럼 빛이 종이를 투과하며 주변에 부드러운 무드를 더하고, 한 층 아름답게 구현하는 조명들을 좋아해요.
Q. 신작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어요.
아직 작업 중이라 조심스러워요. 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번 작업의 중심에 ‘집’이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그간 주제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모험을 해왔어요. 결국은 집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동화 <파랑새>처럼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행복을 찾아서 집을 떠나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떠난 곳에서 여정을 마무리 하잖아요. 저 또한 내면에 집중하고, 내가 소망하는 비주얼에 집중하면서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기회가 있을 때 직접 나만의 집을 건축해보자”, “내가 원하는 공간을 선보이는 작업실을 만들자" “공간에 둘 수 있는 그림을 그리자"처럼 지금의 나를 만든 결심의 중심에는 결국, 공간에 대한 깊은 애착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까지 너무 좋아하고, 즐기고, 심지어 꿈에도 나오는 이유는 뭘까 생각하게 됐죠. 이게... 좀 심한 것 같은 거예요. 이 정도면 집착 아닌가 싶을 정도로.(웃음). 그래서 준비 중인 신작은 결국 저와 제가 만든 공간에 대한 관찰과 성찰이에요.
Q. 공간에 대한 꿈을 꾸세요?
항상 나와요. 내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그러니까 원하는 그림이 항상 꿈에 나와요. “이런 곳에 가고 싶다"고 느끼고 또 거기 당도해서 행복한 감정으로 꿈을 꿔요.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은 꿈을 꿨어요. 문을 사이에 두고 연속된 공간에 제가 있고. 언제나 거긴 집이고.
Q. 공간 스타일링 트렌드가 반영된 꿈인가요?
아니요. (웃음) 그런 건 아니예요.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꿈 속의 집에 새로운 문이 생기고, 그걸 열면 제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공간이 나와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삶을 살고 싶은 시기에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지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간절한 시기엔 그걸 반영한 공간이 나오고요. 제가 식물을 사랑하니까, 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시기엔 드넓은 마당에 나무가 잘 자라는... 그러니까,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에 따라 공간이 달라져요. 저 좀 이상해보이지 않나요? 마무리를 잘 안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읽힐 것 같은데 어쩌죠?
Q. 아니요? 부러워요. 원하는 공간을 미리 구현해 볼 수 있는 거 잖아요.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일도 없고요.
주로 계획적으로 공간을 만드는 편인데, 어떤 공간이건 결국은 빛이 달라지니까 다시 구획하게 돼요. 해가 어디서 어떻게 들고, 언제 지고. 그게 또 계절마다 다르니까요. 공간에 처음 들어간 시점에는 몰라요. 일단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관찰해야해요. 특정한 시간 대에 예상치 못한 조도와 깊이의 볕이 들어와서 공간이 따뜻한 색을 입을 수도 있고요. 주변 지형에 따라 예상치 못한 빛이 공간에 맺히기도 하고요. 아무리 예쁘게 공간을 꾸며도, 그 어떤 고급스러운 기물을 가져다놔도 빛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때도 있더라고요.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공간은 빛을 따라 계속 바뀌니까, 결국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많죠.